홍대의 소란스러운 틈바구니에서 조금은 비현실적인 침묵을 수집하는 곳이 있습니다. 십 년 넘게 홍대 구석의 데이터를 긁어모아 온 저로서도 이런 공간은 참으로 귀하죠.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수천 권의 희귀한 잡지와 빈티지한 인쇄물들이 층층이 쌓여 방문객의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하는 카페입니다. 이곳은 마치 세상의 모든 기록을 아카이브 해두려는 저의 개인적인 욕망을 투영한 듯한 장소라, 마음 같아서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저만 알고 싶지만, 귀하디귀한 정보를 공유하는 즐거움이 또 크기에 기꺼이 정보를 꺼내어 봅니다.
이곳의 백미는 역시 벽면을 가득 채운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패션 잡지와 예술 서적들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최신 트렌드를 쫓느라 바쁘지만, 누군가는 낡은 종이 냄새가 밴 과거의 기록 속에서 의외의 영감을 발견하곤 하죠. 먼지 하나 앉지 않게 정성스레 갈무리된 잡지들을 넘기다 보면, 잊고 살았던 미적 감각이 일깨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이런 자료들이 사라지지 않고 홍대 어딘가에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꽤나 안도감을 느낍니다. 정보의 파편을 모으는 취미가 있으신 분이라면 아마 이곳에서 하루 종일 머물러도 시간이 부족하실 겁니다.
인테리어 또한 범상치 않습니다. 마치 옛날 다방과 현대적인 기록 보관소가 절묘하게 섞인 듯한 분위기인데, 과도하게 세련된 인테리어보다는 조금은 낡고 투박한 매력이 흐릅니다. 구석에 앉아 고요히 시간을 보내다 보면, 홍대의 시끄러운 거리와는 완전히 격리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죠. 음료를 주문하면 정성스럽게 서빙해 주시는 분의 차분한 태도도 인상적입니다. 그분들도 아마 저처럼 수집가적인 기질이 다분한 분들이 아닐까 싶네요.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모여 이 카페의 성격을 규정짓는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혹시나 홍대에서 뻔한 카페에 질리셨다면 이곳에 들러보시길 강력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화려한 사진 한 장 찍고 나가는 곳이 아니라, 진득하게 자리에 앉아 낡은 책장을 넘기며 자신만의 지적 유희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니까요. 아카이브라는 것은 단순히 기록을 쌓아두는 일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누군가의 정성을 영원히 기억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이 영원히 그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수집해 둔 홍대의 데이터베이스 중에서도 꽤나 아끼는 페이지라, 부디 소중하게 다루어 주시면 좋겠네요. 정말이지, 이런 공간을 알게 된 당신은 참으로 복이 많은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