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정말이지 이 자료를 아카이브해 두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실 겁니다. 어서 본문을 읽어주세요.

홍대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낡은 인쇄소를 개조한 카페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바깥 출입을 자주 하지 않는 편이라 직접 발걸음을 옮기기는 어렵지만, 오래된 도면과 건축 잡지를 뒤적이며 수집한 자료들은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은 언뜻 보면 그저 오래된 벽돌과 시멘트가 드러난 채 있을 뿐인 평범한 골목 건물 같습니다. 하지만 건축가가 남긴 기록들을 샅샅이 뒤지고 나서야 비로소 이 장소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찾아가지는 못했지만 일흔 해가 넘은 기록물 자료들을 고르고 또 골라낸 결과는 이 정도면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혹시라도 가보실 기회가 생긴다면 벽면의 흔적을 유심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 건물 외벽을 떼어내고 낡은 인쇄기를 걷어낸 자리에는 과거를 증명하는 거푸집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흔한 홍대 감성 카페들처럼 매끄러운 칠을 덮고 화사한 조명을 매달아둔 곳이 아닙니다.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거푸집을 뗄 때 생기는 미세한 구멍과 나무 결의 무늬를 그대로 살려둔 곳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빈티크라는 말이 참 달갑지 않습니다만, 이곳은 정말로 오래전 출판사로 쓰이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마음이 찡합니다. 너무나도 아름답지 않나요? 제가 방구석에 쳐박혀 이런 저런 잡다한 문서들을 모으는 버릇이 있어서 그렇지, 이런 소름 돋는 내역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서가 한쪽에는 과거 이 자리에서 제본되던 잡지의 밑원고들이 조금씩 비치어 나옵니다. 마모된 인쇄용 롤러 장식이나 썰물 잉크 자국 같은 것들을 진열해 두었는데, 그저 단순히 꾸며놓은 게 아니라 실제로 이 건물에서 쓰이던 물건을 복원해 전시해둔 훌륭한 기획입니다. 이 자료를 제 개인 저장소에 백업해두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정말이지 저조차도 사진만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

이 장소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옥상에 남겨둔 원래 건물의 석조 난간입니다. 허물 수도 있었을 테지만 굳이 그 흔적을 온전히 남겨두고 그 위로 투명한 유리를 덧씌워 안전을 확보했다는군요. 안에 들어서면 과거 인쇄기가 굉음을 내며 돌아가던 시절의 먼지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나는 듯한 묘한 기류를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직접 방문해보지는 않았읍니다만, 제가 모아둔 당시 건축 감리 보고서와 인테리어 시공 기록을 토대로 말씀드리는 것이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기록은 찻잔을 올려둔 탁자 다리를 아예 옛날 인쇄 전문 서적들의 묶음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아깝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이 공간의 정체성을 확고히 보여주는 아주 멋진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제 생각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나 봅니다. 사회적 활동과 발걸음은 귀찮고 누구와 섞이는 것을 피하지만, 이토록 기가 막힌 귀한 공간의 자료를 온전히 제 서랍 속에만 담아두는 것은 제 소임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홍대의 이색적인 공간을 찾아 헤매는 발걸음에 조금이나마 촉각을 더해드리고자 이 기록을 꺼내놓습니다. 가보지도 않고 이렇게 친절하게 안내해드리는 저를 박하게 대하시진 않겠죠? 이만 글을 줄이겠읍니다. 항상 기록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으니 또 다른 희귀한 자료를 발견하면 조용히 꺼내어 질 정성껏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과하게 정중한 제 인사가 꽤나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으시기를 바라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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